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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by JJoono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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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이후 3번째로 읽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다.

아웃라이어 이후 3번째로 읽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다.

저자는 주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현상들에 대해 새로운 해석법과 시각을 제시한다.

<아웃라이어>에서는 전 세계의 '아웃라이어'들을, <다윗과 골리앗>에서는 약자들의 승리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약자들만의 강점에 대해서 알아봤다면, 이 책에서는 우리가 낯선 이를 마주할 때 대하는 일반적인 오류들이 빚어낸 사건사고들에 대해서 주로 다루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화두가 되는 2가지의 주제가 떠올랐다.

 

한 가지는 마피아 게임(그리고 어몽어스!)이다.

 

마피아 게임에서는 기본적으로 시민을 죽일 수 있는 마피아와 이를 찾아내야하는 시민 팀의 진영이 있다. 시민 진영에는 마피아를 찾아낼 수 있는 단서를 가진 직업들이 존재하게 된다. (어몽어스에서는 시민임을 확인할 수 있는 미션이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를 기반으로 시민팀은 마피아를 추리하고, 마피아는 시민 행세를 할 수 있다. 여기서 눈 여겨봐야할 점은 왜 '단서를 가진 직업'이 존재해야 하는가이다. 우리는 낯선 이를 대할 때에 그 사람이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를 한다. 때문에 낯선 이들과 하는 마피아 게임에서는 시민들 사이에 숨은 마피아를 찾기가 힘들다. '단서'가 없는 마피아 게임이 확률 게임에 지나지 않는 이유와 같다.

 

왜 우리는 낯선 이를 대할 때에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까? 만약 사회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첫 만남부터 불친절하게 대하고 나에 대해 의심을 한다면 불쾌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도 친구를 대할 때보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자(진실성을 갖추고자) 한다.(내가 아는 대로라면 서구 문화권에서도 이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이 때문에 우리는 낯선 이를 대할 때에 그 사람이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BLM(Black Lives Matter)운동이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무고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 기폭제가 되어(이 사건 이전에도 꾸준하게 운동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BLM 운동이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사실 이 사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해석하는 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꾸준히 문제가 되었던 경찰의 과잉진압문제와 흑인에 대한 은근한 경계심 및 인종차별 등이 엮인 사건 정도 일텐데,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나도 이 챕터를 보고나서는 조금은 소름이 돋았다.

 

책에서는 샌드라 블랜드라는 흑인 여성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어느날 오후 고속도로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아 뒤따라오는 경찰에게 정차 명령을 받고, 갓길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계속되는 경찰의 압박에 언성이 높아진 샌드라 블랜드는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이후 유치장에 구금된지 4일만에 샌드라 블랜드는 유치장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

 

이 또한 조지 플루이드의 사례를 생각해본다면 인종 차별과 연관되어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전에 생각해야할 내용은,

 

1. 범죄는 장소와 결합되어있다.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을 통제만 하면 범죄율을 줄일 수 있다. 줄어든 범죄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2. 캔자스 시티의 강력 범죄율을 낮추기위한 장기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해결책을 본 방법은 경찰이 시내 순찰을 하며 '의심이 가는 차량'을 불러세워 총기조사 및 압수를 하는 것이다. 이 때 범죄율은 크게는 50%까지 감소하였다.

3. '의심이 가는 차량'의 기준은 보조석에 있는 패스트푸드 봉지(급하게 자리를 떠야하는 사람을 의미), 뒷자리에 있는 공구통(차의 어딘가에 숨겨둔 총기를 위함), 불안한 시선 처리를 가진 운전자(심리 실험 결과에 따른 해석) 등이다.

 

1번과 2번의 실험 결과 덕분에 미국 각 주의 범죄율을 큰 폭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고, 때문에 이를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한 메뉴얼이 미국 전역에 있는 경찰서에 배포된다. 이 메뉴얼대로 이행한 경찰관이라면 결국 3번처럼 '의심이 가는 차량'을 수색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현장에서 체포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샌드라 블랜드를 체포한 경찰관은 왜 체포를 하게 된 것일까? 그녀는 일리노이 번호판을 가진 차를 끌고 텍사스에 왔다. 그리고 몇 가지 교통법규를 무시했으며 메뉴얼을 제대로 이행한 경찰관이 보기에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때문에 경찰관은 실랑이를 벌이다 그녀를 체포했고, 고작 '깜빡이를 안 켜서' 유치장에 구금된 샌드라 블랜드는 기존에 가지고있던 우울증 증세와 겹쳐 자살했다고 한다.

 

'의심이 가는 차량'은 경찰관의 판단에 맡기는 점, 샌드라 블랜드가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려한 점,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우범지역이 아닌 점, 그리고 대낮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들이 복잡하게 엮어있어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흑인이라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강력 범죄에서 흑인의 범죄율이 비교적 높은 데에 대해서는 더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 샌드라 블랜드의 경우도, 조지 플루이드의 경우도 만약 흑인이 아니었더라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결과가 크게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희망한다)

 

물론 '의심이 가는 차량'을 정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면 다행이고, 경찰관에 주관에 의지하지 않는 객관적인 방식으로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십년동안 진행한 실험에서 다른 모든 전략이 수포로 돌아가고, 범죄율이 끝없이 올라가는 실정이라 채택된 방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ALM (All Lives Matter)운동이 진행되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이런 슬픈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른 그룹들 간의 감정 싸움으로도 번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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