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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무라카미 하루키)

by JJoono 202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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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여름방학이었다.

 

독후감으로 읽을 책을 고르던 중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1Q84라는 책을 서점에서 구입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반의 반도 읽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도대체 이게 뭐지...?'

 

책과 거리를 두고 지냈던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인상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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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한 번정도 변하고나서야 다시금 도전해 볼 용기가 생겼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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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은 30대의 와타나베가 과거 나오코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와타나베는 그의 친구 기즈키와 기즈키의 여자친구 나오코와 붙어다니며 늘 함께였다. 기즈키가 죽기 전 까지는.

 

기즈키의 죽음을 통해서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알 수 있다. 바로 '죽음'이다.

 

이 죽음으로 인해서 나오코는 요양소에 들어가게 되고, 와타나베가 가지고있던 나오코에 대한 책임감은 점점 사랑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

 

 

누군가의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 다시금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

 

와타나베는 문진 안에서도, 당구대 위에 놓인 공들 안에서도 기즈키의 죽음을 느꼈다. 그 죽음이 마치 작은 먼지라도 된다는 듯 하루하루 빨아들이며 죽음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이 먼지입자는 가끔 폐 속에 영원히 남아 괴롭히기도 한다.

 

나오코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기즈키가 떠나지 않아 '깨끗하지 않은 상태'가 되지 못해 자책하고, 와타나베에게도 완전하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나오코는 기즈키와의 재회를 위해 어두운 밤 숲 속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나오코가 와타나베의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되자, 와타나베는 며칠 간 방황을 거듭하게 된다.

 

하지만 이윽고 레이코와 같이 나오코를 떠나보내주기로하고, 레이코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다시 한 번 나오코의 죽음을 초월할 수 있게 된다.

 

정리하지 못했던 나오코와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종지부를 찍게 되자 와타나베는 그제서야 자신을 기다려줬던 미도리에게 전화를 건다.

 

 

"너 지금 어디야?"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기즈키의 죽음을 초월했던 와타나베지만, 나오코의 죽음을 안고가면서 계속해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노르웨이의 숲>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죽음과 이로 인한 상실감, 하지만 이를 안고 살아가는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 시대에서 견디다가 죽음을 택할수도, 죽음을 안고가면서 버틸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죽음을 안고가면서 버티는 한 사람의 일기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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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리에 남는 작품들에는 대개 극적인 전개나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죽음이라던지 외설적인 내용이라던지.

 

작품의 시대상이나, 여러 인물들의 가치관, 행동양식을 모두 제쳐두고 작품으로 해석하면 <노르웨이의 숲>에서 성관계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이름 모를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는 나가사와나 와타나베에게는 허무함을 채우기위한 것이며,

 

와타나베와 나오코에게는 기즈키의 죽음을 초월하고자하는 시도이고,

 

와타나베와 레이코에게는 나오코의 죽음을 초월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의식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말한다.

 

'성관계는 영혼을 헌신하는 행위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하면 상처가 치유되고 상상력이 활력을 얻습니다. 이는 더 높은 영역으로, 더 좋은 곳으로 향하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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