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려고 계획하지는 않았는데, 버스타고 이동하는 동안 책을 읽고 싶어 부랴부랴 도서관 앱을 켜서 빌렸다. 당장 대출 가능한 책 목록 중에서 이 책이 제일 재미있어 보였다. 배낭여행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고, 앞으로는 더 힘들 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그 때의 기억과 추억 덕분에 지금도 잘 살고 있고, 아직도 '여행'은 나에게 가슴 설레는 단어로 남아있다.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단순한 여행기보다 와닿았다.
- 미래의 로봇들은 여행을 하게 될까? .... 로봇들은 지금의 인간들처럼 당장 자기 삶의 절실한 필요와는 별 상관없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먼 곳으로 길을 떠날까? ... 그러고 보면 인류는 이상한 종족이다. 인터넷이 막 보급될 무렵 여러 미래학자들이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어떤 도시에서 여행자들은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어하기도 한다. 여행자의 표지들, 예컨대 커다란 배낭, 편안한 신발, 손에 든 지도, 카메라 등을 숨긴다. 마치 모처럼 휴일을 맞아 산책을 나온 현지인처럼 보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장'은 여행자들이 선망하는 나라와 도시에서만 수행된다. 뉴욕이나 파리, 바르셀로나와 같은 선진국의 매력적인 도시에서는 '습격을 감행하는 여행자'가 되어 스테레오타입으로 분류되기보다는 노바디가 되어 가급적 눈에 띄지 않으려한다.
- 반면 '여기 사시나봐요?' 같은 말이 별로 달갑지 않은 나라와 도시도 있다. 그때는 여행자로서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구별 짓고자 한다. ... 현지인 상당수가 관광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여행자에게 비굴할 정도로 친절한 도시에서 우리는 굳이 자신을 현지인으로 가장하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 자기가 누구인지를 자기만 아는 상태가 지속되면 키클롭스의 섬으로 쳐들어가는 오디세우스와 비슷한 심리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 여행자 오디세우스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그의 허영심이었다. 그가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스스로를 노바디로 낮춘 덕분이었다. ...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이다, 달라진 정체성에 적응하라, 자기를 낮추고 노바디가 될 때 위험을 피하고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처음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어두컴컴한 밤에 산꼭대기에서 히치하이킹을 해서 차를 얻어탄 밤, 눈 앞에서 마지막 기차를 놓쳐서 멘탈이 깨졌던 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상상이 안되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생각해볼 수록 좋은 시기에 좋은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컴퓨터를 뒤지지 않아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머리속으로 여행 사진들이 하나씩 지나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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