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자살할 수 없어. 너는 내 환상의 산물일 뿐이야."
"내가 꾸며낸 너의 행운과 불행의 이야기를 읽는 내 독자들의 환상의 산물이야."
사랑에 상처받은 주인공 아우구스토 페레스는 죽고 싶지만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 자살을 허락하지 않는 작가와 씨름하는 페레스,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와 논쟁하는 소설가의 번뜩이는 대화들. 독특한 구조와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 뜻밖의 결말을 빚어내며 독자에게 신선한 문학적 충격을 안긴다.
불멸에 대한 집념과 인간 자아에 대한 믿음, 변하지 않는 사랑의 갈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나무노의 희비극이 전하는 심오한 의미들, 그리고 지성과 감성, 믿음과 이성 간의 갈들을 고민한 철학자의 사상 세계가 펼쳐진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재치로 가득한 우나무노의 메타픽션은 철학이 흥미로운 것임을 보여준다.
삶의 동적인 시간성을 글쓰기라는 언어 구조 안에 역동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우나무노는 소설 형식을 혁명적으로 전복한다. 『안개』는 구체적 인간을 어떻게 언어라는 구조로 형상화하느냐라는 우나무노의 인식론과, 장르라는 추상적인 일반화를 거부하는 그의 실존론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안개』에는 "인간적"이거나 "인간성"이라는 애매한 개념이 아니라. "살과 뼈를 가진 인간"이 살아 있다.
: 중반부까지는 단순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저 복잡한 표현으로 포장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등장하는 한 인물에 의해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마치 정말 인격을 가지고 깨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등장 인물들이 "에이 이게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관객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클리셰인데, 이 책에서는 마치 등장인물들이 책 속에서 빠져나와 작가의 멱살을 부여잡고 자신의 실체에 대해서 묻는 것 같다. 인간 실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와는 별개로 많은 사색거리를 주는 것 같다. 사람답게 사는 것과 사람답게 사는 법은 어떤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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