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꿈과 무의식에 대한 내 생각을 글로 정리했던 적이 있다.
꿈을 꾸고난 뒤에 해몽을 보는 걸 좋아하기도하고, 가끔 그 해몽이 맞는 걸 보면 나만의 운세를 보는 것 같아 재밌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꿈과 이를 해석하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것 같다.
'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과제는 이처럼 꿈에 대한 평가와 관련돼 있다. 흔히 사람들은 꿈에서 어떤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꿈은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꿈에서 예시적 기운을 알아내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은 꿈의 내용을 '의미 있는 어떤 내용'으로 대체하고픈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26p
내가 꿈과 그 해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와 비슷하다. 나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때문에 혹여나 무언가를 암시하지는 않을까, 또는 앞날을 내다보는 창을 내어주는 건 아닐까하는 작은 기대.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조상 꿈을 꿨다는 얘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는 소문이 퍼지고 퍼지다못해 정설로 받아들여지니, 꿈의 내용을 대체하고자 하는 욕망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모든 꿈은 다각도에서 바라봐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칫 치부처럼 여겨지는 기억이 개입된 꿈이라면 해석하는 것이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타인의 꿈을 해석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는 꿈을 해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는 '잠자는 동안의 신체자극에 따라 꿈의 양상 또한 달라진다' 라는 것.
'잠자는 동안의 신체 자극에 따라 꿈의 양상 또한 달라진다. 전형적인 꿈, 즉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이라든가 이가 빠지는 꿈, 하늘을 나는 꿈 등이 특히 그렇다. 이가 빠지는 꿈은 치아 자극이 원인일 수 있으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은 팔 다리의 피부 압박이 그 원인일 수 있다.' -41p
아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 같다. 꿈에서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었는데, 깨어보니 침대의 끝자락에 간신히 걸쳐있던 경험.
또한 꿈에서 보이는 새, 나비, 물고기, 오색 찬란한 진주, 꽃 같이 화려한 인상들은 주로 어두운 곳에서 본 빛 등 주관적 망막 자극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기이한 꿈들을 해석하는 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었다.
정말 피곤한 하루를 보낸 뒤,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시고 잠에 들었는데, 가위에 눌렸다. 온 몸이 마비되어서 움직이지 않았고, 귀에는 삐- 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온갖 무서운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휘감았다. 이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려 실눈을 뜨는 것이었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나는 창문 가장자리에서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았다. 귀신이라면 귀신이고, 사람이라면 아마 나를 해하려는 사람인 것 같다...
꿈에서 봤던 무서운 그림자는 내 방 창문 앞에 서있던 청소기였다. 꿈에서 깨고 나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무의식의 영역에서는 시각의 왜곡은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방향으로 일어나기도 한다고 느꼈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도 꿈의 양상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초저녁에 깜빡 잠들어버린 적이 있다.
꿈의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하게 기억나는 건 몸에 유해한 액체로 된 늪지대에서 허우적거리며 여기저기서 고막을 찌르는 비명이 들었던 것 뿐이다.
나는 그 당시에 국카스텐의 새 앨범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를 켜두고 그냥 잠들었던 그 날, 꿈의 인상은 국카스텐의 노래에서 뿜어져나오는 사이키델릭한 기타 소리와 비슷했다. 이 기타 소리는 내 꿈에서 비명소리로 왜곡되어 꿈의 이미지를 왜곡하는 데에 성공했다.
시각과 청각 등 감각으로 인해서 꿈의 양상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많은 꿈들에서는 주로 '소망 충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한 해석에 다다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꿈은 무의식의 토양에서 올라오는 한 무리의 꽃다발과 같다. 이 꽃 저 꽃 현란해 보이지만 단 한가지 목적에 기여한다. 꽃다발의 주인을 기쁘게 하는 일, 즉 '소망 충족'에 있다. 모든 꿈은 '소망 충족의 꿈'이다. 심지어 소망과는 반대의 내용을 보여주는 꿈조차도 궁극적으로는 '소망 충족'에 기여한다.'
이러한 주장은 '소망 충족'이라는 데에 범위가 한정되어있지않고, 일관적인 해석을 위해서는 검열이나 왜곡 같은 부분도 고려해야하기에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소망 충족의 관점에서 접근을 시작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듯하다.
가령,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날에는 꿈에서 돈과 관련된 꿈을 꾸기도 한다.
다만, 왜곡없이 직관적인 꿈은 흔치 않고, 대부분 검열과 왜곡의 과정을 거치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프로이트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동안 여러 히스테리적 증상을 겪는 환자나 악몽에 시달리는 환자들과 마주하였다.
히스테리적 증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반복되어 나타나는 꿈을 꾸게 된다. '빨간 눈과 초록 피부를 가진 사람이 쫓아오는 등의 꿈' 따위가 그러하다.
이들의 꿈을 해석하게 되면 결국 어릴 적 겪었던 잊고 싶은 기억이나 이미지가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꿈에서 나오는 빨간 눈과 초록 피부를 가진 사람이 결국 어릴 적 자신을 괴롭혔던 꼬마 아이였음을 깨닫게 되면 이제 히스테리의 치료도 시작될 수 있다.
'꿈의 의미는 꿈의 내용과는 다르다. 꿈의 내용이 그랬다면 그 내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했을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는 꿈 자체를 현실로 투영하는 건 좋지 않다고 얘기한다.
다만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전의식이 강하게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꿈을 꾸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조상님꿈이나 돼지꿈, 키 크는 꿈 또는 돈 버는 꿈 같이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꿈을 꾸는 능력이 있으면 좋았겠건만, 이러한 소망이 결국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하니 오늘의 운세 보듯 해몽 하던 게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꿈을 온전하게 해석할 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에서 시작을 해서 조금은 실망감이 컸지만 결국 꿈 자체를 통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없음을 알게되면 그저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꿈은 그저 가볍게 볼 수 있는 킬링 타임용 영화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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