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Channel Orange>의 성공 뒤 4년 만에 발매된 Frank Ocean의 정규 2집 <Blonde>.
처음 이 앨범을 접했을 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Blonde>인지 <Blond>인지 모를 앨범명, 비유로 점철되어 난해하기 그지 없는 가사, 그 흔한 드럼 소리 없는 비트까지. 그간 들어오던 팝과는 다른 구석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특히 그 간 이지리스닝으로 절여져있던 나였기에 이 앨범을 끝까지 듣는 것은 그리 구미가 당기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정말 문득 몇몇 트랙들이 생각났고, 다시 앨범을 처음부터 듣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때 어떤 이유였는 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평단의 찬사를 많이 받았던 앨범이라 그랬던 것인지, 나 또한 이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는 강박감이었을 수도 있겠다.
1시간의 러닝 타임을 가지는 이 앨범은 9번 트랙 'Nights'의 비트체인지를 기준으로 나뉜다.
오션은 이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적 연출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Ivy'에서는 자신의 사랑이 처음 시작했을 때 느꼈던 믿을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한편, 그 때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고,
이어지는 'Pink + White'에서는 사랑에 빠진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음악적으로 풀어낸다.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처럼,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남기고 갔던, 알려주고 갔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노래한다.
사랑을 노래하는 이 트랙에서의 음악적 연출은 마치 천국에 온 것만 같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끈적하게 이어지는 비트, 천사의 목소리와 같은 비욘세의 피처링, 화창한 여름날 귓가에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까지.
하지만 사랑이 주었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고, 'Solo'에서는 그 아픔을 치유하고자 또 다른 사랑을 찾아다니고, 짧은 만남을 이어가며, 약에 의존한 자신의 모습을 노래한다.
17개의 트랙 중 오션의 보컬이 가장 또렷하게 들리는 트랙으로, 언뜻 들어보면 각성 상태에 빠진 사람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고, 약물에 대한 찬사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파하는 것만 같다.
'Skyline To' 에서는 같이 보냈던 여름날에 대한 행복감을 뒤로한 채 시간이 흘러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그 여름날의 향기는 느낄 수 없고 그 전과 같은 똑같은 나날만 반복된다.
정신을 붙잡고 대마를 멀리하고 홀로서기를 하겠다 다짐하지만 그의 손에는 대마 두 개피가 연기를 내뿜고 있다.
그리고 'Self control'에서는 그리워하는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러 지난 날에 대한 후회, 떠나가려는 이에 대한 당시의 미련, 상대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기게 될 것을 알면서도 붙잡고 싶은 애절함이 나타난다.
I, I, I know you gotta leave, leave, leave
난, 난, 난, 네가 떠날 것을 알아, 알아, 알아
Take down some summertime
그 모든 여름날들을 내려놓고
Give up, just tonight, 'night, 'night
떠나지마, 그저 오늘, 오늘, 오늘만
I, I, I know you got someone comin'
난, 난, 난 누군가 너에게로 향하고 있단 걸 알아
You're spittin' game, know you got
넌 그 사람에게 작업을 걸고, 성공하겠지
초반부에서 담담하게 지난 여름날의 회상을 이어갔던 것과 대조되어, 후렴구에서 더블링된 오션의 음성은 마치 놓아주어야함을 앎에도 쉽사리 놓지 못하는, 그의 애절함이 들리는 것 같다.
사랑했던 기억과 추억에 갇혀있다가 'Nights'에서의 비트 체인지를 지나 이 앨범의 후반부에 도달하면 이전의 과거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음을 마침내 인지하게 된다.
'White Ferrari' 에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해 작은 기억 조각을 모으고, 이를 통해 사랑했던 이와 대화하는 것 같은, 하지만 사실은 독백이 이어진다. 그리고 'Godspeed'에서는 결국 자신을 떠나갔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시선으로 바라봐줄 것이며 그의 앞길에 축복이 가득할 것이라며 행운을 빌어준다.
" 앨범 전체의 완급 조절, 감정의 고조를 표현하는 음악적 연출, 시적인 가사까지 어우러져 가히 예술이라고 칭하는 찬사가 과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앨범이었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대부분 음악을 들을 때의 경험을 그 음악에 투영시키는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 들었던 즐겨들었던 음악이 일상에서 흘러나왔을 때 그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나듯이. <Blonde>에서는 오히려 노래를 통해서 다시금 기억이 재생되고 심지어는 재구성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된다. 앨범 전체에서의 감정 변화는 특히 젠더플루이드로의 삶을 살았던 프랭크 오션의 이야기에 특별함이 더해지는 것만 같다. 행복했던 기억을 재생함에 있어 빠르고 경쾌한 드럼 비트에 맞춰 핑크빛 가사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천국의 소리와 같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상상을 자극하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 당시에 유행했던 음악적 접근법을 채용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흘러서도 감각적으로 느껴지고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화창한 날에는 'Pink + White'가,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질때면 'White Ferrari'가 생각나지만, 그래도 트랙 단위보다는 앨범 전체를 한 번에 듣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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