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처음 발매되었지만 사운드적으로 미흡한 요소가 있다고 판단, 보컬 하현우의 주도하에 2010년 새롭게 녹음 및 발매된, 국카스텐 정규 1집 Guckkasten.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부문상까지 받았을 정도로 음악성을 인정받은 앨범이다.
국카스텐은 산울림부터 시작해서 송골매, 들국화, 부활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으로 이어지는 국내 록 밴드의 선두주자 계보를 잇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내에서 록 음악이 들어설 자리는 넓지 않은데, 올 블랙의 가죽 자켓, 시끄러운 기타 연주가 떠오르는 특유의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는 탓에 음악성에서 인정받더라도 대중성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 와중에 카우치 사건이 터지면서 록 음악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그렇게 발라드와 댄스 음악이 국내 음반 시장을 양분하는 걸 지켜보기만 하나 싶던 찰나, '슈퍼스타-k'나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경연 프로그램이 새로운 뮤지션 발굴법으로 급부상했다. 경연 프로그램 특성상 짧은 시간 내의 퍼포먼스만으로 대중들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게 되면서 하현우, 그리고 국카스텐의 이름도 거론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의 입에서 국카스텐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성이 대중들에게 어필이 되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앨범은 해석하기 아주 난해하기 때문이다. 당장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국내 록 음악을 하나만 불러달라고하면 '말달리자' '나는나비' 같이, 꽤 직관적인 메세지를 지닌 노래들일텐데, 이 두 노래와 국카스텐의 음악을 동일한 장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렇게 생각될 정도로 수록곡들의 이름과 가사들 모두 난해하다.
사운드적으로는, 사이키델릭 록을 추구하는 탓에 팝 록 또는 펑크 록과는 지향점이 다른 것이 느껴지며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고, '파우스트'에 쓰인 백마스킹 기법 등은 듣는 이로 하여금 한 번 듣고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을 의도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 앨범에서 제일 유명한 트랙은 아무래도 1번 트랙 '거울'일 듯 싶다.
Q: 「거울」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A: 현우: 자아 균열에 관한 이야기다. 딱 내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재떨이를 봐도 나 같고, 똥을 봐도 나 같은 것처럼 어떤 사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본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가 또 다른 인격체로 보이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그 거울의 또 다른 자아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데 박자는 제대로 맞지 않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채로 춤을 추는데 자신은 점점 흔들리고. 이렇게 균열되어 가는 자아를 표현한 노래다.
'거울'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비트가 트로트? 뽕짝 같네?' '가사가 이게 뭐야' '보컬 시원시원하다' ... 인터뷰 내용을 보고 다시 가사를 곱씹어보면 그 가사가 거울 속에 비친 나의 투영이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뽕짝 비트가 깔린 건 거울 앞에 서있는 '나 자신'이 그 위에서 춤을 추고 있고 제대로 맞지 않는 박자감은 기타의 속주가 대변해주는 것 같다. (아마 뮤직비디오에서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트랙이 이처럼 숨겨진 뜻을 파악하기가 힘들지만, 그 의미를 확인하고 사운드적으로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자 했는지 생각을 해보면 여러 번 들어도 감탄이 나온다. 사운드와 스토리 텔링 모두 직관적이지 않은 점이 오히려 통일성을 만들어내어 그 둘을 비교해가며 해석하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다. '파우스트' 'Vitriol' 'Rafflesia'등은 소설에서, 'Gavial'과 같은 트랙은 자신의 꿈을 재구성해서, 또는 'Toddle' 등과 같은 트랙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작곡되었다는 사실도 이 앨범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다.
국카스텐의 라이브 공연을 2번 정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앨범에서의 사운드 그 이상을 보여주는 밴드였다. 보통의 락 밴드가 평생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야하는 것이 라이브 실력 논란인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앨범 녹음할 때는 힘을 아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라이브를 직접 들어보고 실망한 뮤지션이 있다면 앨범에도 잘 손이 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국카스텐의 경우에는 라이브에서의 여운이 남아 다시 앨범을 찾는 케이스에 가까웠다. 특히, 'Mandrake'는 가사가 몇 줄 단위밖에 되지 않지만, 6분이 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빈 틈이 없고 기승전결이 완벽한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기타리스트 전규호는 줄곧 보컬곡이 아닌 연주 트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하는데, 'Mandrake'와 '파우스트'에서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풀었을 듯 하다. 지금은 정규 3집을 준비하고 있다고하는데 잘 뽑혔으면 좋겠네!
보컬 하현우가 아닌 밴드 국카스텐의 사운드에 관심이 있다면 나는 가수다 경연곡이나 '거울'도 좋지만, 'Mandrake'를 꼭 들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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